NIE 교육
[스크랩] "내 영화의 원천은 신문… 有에서 有를 창조하라"
백두진인
2011. 9. 22. 13:28
"내 영화의 원천은 신문… 有에서 有를 창조하라"
해운대 등 1000만 관객 동원, 영화 감독 윤제균
"無에서 有 창조는 불가능, 신문에서 영화 소재 찾아 서로 섞으면 아이디어 탄생… 광고회사 다니던 5년 동안 아침마다 신문 기사 스크랩"
"영화 제작자들은 소재가 없다, 아이템이 없다는 소리를 많이 하죠. 하지만 신문에 영화 소재가 다 들어 있어요. 그걸 어떻게 찾아내는지를 잘 모르고 있을 뿐입니다."한국언론진흥재단(이사장 이성준)과 조선일보가 함께 마련한 신문 읽기 순회 특강 '리더스 콘서트'의 하반기 세 번째 강연자로 나선 윤제균(42) 감독은 21일 '모든 크리에이티브의 출발, 읽기'라는 주제로 강연을 이어갔다. 강연장소는 춘천 강원대 실사구시관.
윤씨는 한국형 재난 영화인 '해운대'로 1000만 관객을 모은 블록버스터 감독이다. 올해는 '퀵'과 '7광구'를 기획·제작했다. 광고회사를 다니다 시나리오 공모전에 당선돼 영화계에 입문한 윤씨는 영화전공자도 아니고, 단편 영화 경험도 없다.
"저는 10년 전만 해도 평범한 샐러리맨이었다"며 윤씨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고려대 경제학과 2학년 때 부친이 세상을 떠나면서 가족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 1996년 광고회사에 입사해 전략기획팀에 발령받았다. "매일 아침마다 각 일간지를 쌓아놓고 스크랩해서 회사 광고전략에 도움이 될 것을 추리는 게 신입사원의 일이었다. 5년 동안 매일 신문을 보며 정치·경제·사회·문화별로 스크랩했다. 당시엔 힘들고 짜증 났지만,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게 됐다."
1998년 외환위기가 닥쳐 직원들이 번갈아 한 달씩 무급휴직을 했다. 대출받아 경기 군포에 신혼집을 마련했던 그는 당시 20%까지 올라갔던 대출 이자에 허덕였다. "밖에 나가면 최소한 1만원은 써야 하는데 그 돈이 없어서 방안에 틀어박혀 시나리오를 썼다"고 했다. 그때 쓴 시나리오가 '신혼 일기'. 단체 신혼 여행지에서 한 남자가 살해당하고 누가 범인인지를 추적하는 줄거리였다. "시나리오를 구해 봤더니 한 신(scene)이 약 1분, 영화가 120분이니 120신이면 되겠다 싶었다. 영화를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 등 5단계로 나누고, 전개는 또 4단계 정도로 나눴다. 하루에 10신씩만 쓰면 보름이면 작품 하나 쓸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 ▲ 윤제균 감독이 21일 강원대에서‘모든 크리에이티브의 출발, 읽기’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윤 감독은“신문 안에 모든 영화 아이템이 다 들어 있다”고 말했다. /춘천=전기병 기자 gibong@chosun.com
이 시나리오로 영화사 공모전에 지원, 대상과 3000만원을 받았다. 작가로 등단했지만, 2001년 초까지 직장을 다녔다. "시나리오를 하나 쓰고 나니 특히 사회면을 열심히 보게 되더라. 그때 모아둔 신문 스크랩과 자료가 '두사부일체'의 시나리오를 쓰는 데 큰 힘이 됐다." 학창시절이던 1993년 상문고 사태에 분노를 느꼈던 그는 이후에도 사학법 관련 기사들을 계속 모았다. 교사의 채용과 파면 등 임면권이 사학재단에 있다는 사실과 조폭 출신이 고등학교에 입학한다는 설정을 엮어 상업적 포장을 했다. "'두사부일체'가 그저 코미디가 아니라 그 안에 사회적 메시지가 담겨 있어 흥행이 된 듯하다"고 그는 말했다.
"지금도 매일 신문을 두 개 이상씩 본다"는 그는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할 수는 없다. 유에서 유가 나온다. 아이템 하나하나는 재미가 없을지 몰라도 아이템을 섞거나 크로스오버하면 새로운 게 나온다"고 말했다. 가령 최근 대규모 정전 사태와, 안철수 교수의 서울시장 출마 선언을 엮을 수 있다면 영화적으로 훌륭한 아이템이 된다는 것이다. 윤씨가 청중들에게 감명 깊게 본 영화를 물었다. '레옹'과 '노팅 힐'이라는 대답이 나오자, "톱 여배우가 서점에서 킬러를 만난다, 또는 킬러가 누군가를 제거하러 갔는데 유일한 목격자가 톱 여배우였다, 식으로 섞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질의응답 시간에 영화와 시나리오 작법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 윤씨는 "지난 10년간 30여편 시나리오를 썼다"면서 "딱 한 달만이라도 신문을 스크랩하면 영화 소재가 무수히 나올 것이다. 기사를 놓고 장소, 지문, 대사 등 영화 시나리오의 요소를 염두에 두면서 매일 한두 장면씩 써보라"고 권했다.
강원대 학생인 이준영(신문방송학과 4년)씨는 "크리에이티브 작업을 하는 감독님 강연이라 작업 방식에 관심이 많았다. 두루 읽고 소재를 융합하라는 메시지가 크게 와 닿았다"고 말했다.<조선일보 201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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