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소식

주5일수업시대

백두진인 2012. 3. 25. 12:06

주5일수업시대

 

 

 

 

토요일을 디자인하자

토요일, 옛날엔 반공일이라 불렀다. 말 그대로 반만 쉬는 날이었다. 엄마들은 도시락을 싸지 않아 좋았고, 아이들은 책가방이 가벼워 행복했다. 유난히 더디게 가던 오전수업을 마치고 집에 오면 비로소 즐거운 주말이 시작됐다. 하지만 뭔가를 도모하기에 이미 애매한 시각. 골목 어귀에서 친구들과 모여 놀거나, 집에서 주말 저녁의 코미디 프로를 보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다. 당시 AFKN에서 방영한 ‘프로레슬링’은 토요일을 기다리는 또 하나의 이유였다.

세월이 흘러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즈음, ‘놀토’라는 것이 생겼다. 격주로 노는 토요일은 아이들에겐 기다리는 즐거움이라도 있었지만, 어른들에겐 혼란 그 자체였다. 무엇보다 길을 나서기가 무서웠다. 모처럼 가족여행이라도 떠날라 치면 몰려나온 ‘놀토족’들로 전국이 꽉꽉 막혔다. 그래서 일부러 놀토에는 외출을 삼가고,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랬던 토요일이 이번 신학기부터 완전히 달라졌다. 주5일 수업제가 전면 시행되면서 반공일이 ‘온공일’이 된 것. 그야말로 2박3일 주말시대가 활짝 열렸다. 초중등교육법에 주5일 수업제를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된 지 14년 만의 일이다. 물론 중도에 연구학교 운영(2001년), 월 1회 시범운영(2004년), 격주 ‘놀토’시행(2006년) 등의 지난한 숙고의 과정이 필요했다.

지난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조사에 따르면, 주5일 수업의 전면 시행에 대해 학부모의 66.9%, 학생의 79.9%, 교사의 96.3%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일본 등의 선진국은 물론 중국도 1996년부터 이미 주5일 수업을 시행중이다.

“여행·체험·봉사 등 야외활동
 장기적 계획 세워 매주 실천을”

주5일 수업으로 당장 다급해진 건 부모들이다. 아이들이 아무리 집을 좋아해도 주말 2박3일을 주야장천 집에서만 뒹굴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토요일을 알차게 설계하는 일이 이제 부모의 새로운 역할이자 ‘훌륭한 부모’의 척도가 됐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무턱대고 아이들을 학원으로 내모는 무책임함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보다 체험활동, 테마여행, 스포츠, 봉사활동 등 장기적인 활동 플랜을 세워 매주 실행에 옮길 것을 권한다. 이미 지자체와 박물관들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서울시는 주말 체험학습프로그램인 ‘주말행복투어’를 지난 10일부터 시작했다. 경기도와 경기관광공사는 여행, 체험, 봉사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에듀볼런투어’ 웹사이트를 열고 지난 8일부터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다른 지자체와 교육청 역시 아이들에게 건전한 여가선용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분주하다.

하지만 아무리 훌륭한 주말 프로그램도 저소득층이나 주말에도 일해야 하는 부모들에겐 무용지물. 교육과학기술부는 이를 위해 각급 학교에 다양한 토요 프로그램을 만들어 지원해 나가기로 했다. 또한 초·중교의 토요 방과후학교에서 실시하는 예체능과 특기적성 프로그램은 무료로 운영하고, 토요 스포츠와 예술 강사도 이달 안에 배치한다고 밝혔다. 토요 돌봄교실은 지난해 1500개 교에서 올해 5225개교로 늘어난다. <출처 한국교직원신문>

일터에서 학교까지, 완전한 주5일 시대의 포문은 이미 열렸다. 토요일을 어떻게 디자인 할 것인지, 주말 2박3일을 무엇으로, 어떻게 채울 것인지에 우리 아이들의 행복, 나아가 우리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