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창의·발명에 도움"… 스웨덴서 공예는 필수과목
"창의·발명에 도움"… 스웨덴서 공예는 필수과목
[창조경제 글로벌 현장을 가다] 기초학교의 '핀업프로그램'
1979년부터 시작된 발명교육, 학생들에 동기·피드백 제공
수많은 발명품, 상품화에 성공… 물통 옆에 마개 단 물통은 4년간 30억원 넘는 매출 달성
학생들의 번뜩이는 아이디어에 전 세계 1만개 기업 몰려들어
- ▲ 2007년 스웨덴 학생발명대회에서 당시 12세 소녀 안나가 만든 물병. /조선영상비전 조남훈 기자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 북동부의 미르쉐 스콜란(기초학교). 8학년생들이 공예 수업을 받는 가사실습실에 들어서자 낯선 풍경이 펼쳐졌다. 남학생들이 재봉틀로 옷감을 깁고, 다림판 앞에 서서 다림질에 한창이었다. 자수를 뜨던 빌헬름 스베드군은 "필요할 때 뭐든 하려면 바느질은 물론이고 다른 가사도 배우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바로 옆 목공실에선 여학생들이 나무를 자르고, 깎고, 다듬어 강아지 집부터 나무인형까지 척척 만들어내고 있었다. 큼지막한 못질도 남학생 못지않았다.
9년제인 스웨덴 기초학교에서 공예 수업은 19개 필수 과목 가운데 하나. 목공 교사 투르비안씨는 "남자와 여자 구별이 없다"며 "무엇이든 직접 만들어 본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자신이 원하는 걸 자신의 손으로 실현해야 창의성과 감성 개발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과학 교실에선 2~3명이 팀을 이뤄 손바닥만 한 모형 자동차를 만들고, 성능을 평가했다. 그런데 한 팀의 자동차가 움직이지 않았다. 학생들은 즉석에서 머리를 맞대더니 몇분 만에 기어코 자동차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칼레 세이트립군은 "같은 크기의 모터라면 가벼워야 힘을 낼 수 있어 최대한 무게를 줄여본 게 성공했다"고 말했다. 과학 교사 피엘 에릭손씨는 "수업이 진행될수록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게 대견하다"며 "발명과 창의의 힘은 여기서 나온다"고 말했다.
국토 면적은 한반도의 2배이지만 인구는 930만명에 불과한 스웨덴. 하지만 노벨을 탄생시키고 국민소득이 5만5000달러(지난해 기준)를 웃도는 선진국이다. 어려서부터 창의와 발명 정신을 몸에 배게 만드는 교육이 지금의 스웨덴을 만든 원동력으로 꼽힌다.
대표적인 게 '핀업 프로그램'. 1979년부터 시행한 발명 촉진 교육 프로그램이다. 학생들에게 호기심을 불어넣는 게 목표다. 일선 교사는 학생에게 발명 동기를 제공하고 시행착오에 대한 적절한 피드백을 해준다. 격년제로 전국 단위 학생 발명대회도 운영하는데 매번 1만건 이상의 출품작이 쏟아진다.
- ▲ 스웨덴 미르쉐 스콜란(기초학교) 공예 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재봉틀 다루는 법과 자수 등을 배우고 있다. 9년제인 스웨덴 기초학교에서 공예 수업은 창의성과 감성 개발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19개 필수 과목 가운데 하나다.
상품화에 성공한 발명품도 한둘이 아니다. 2007년 당시 12세 소녀 안나가 만든 물병은 대박을 쳤다. 수도꼭지가 낮으면 물통을 세워서 물을 받기가 어렵다. 안나는 세로로 긴 물통을 가로로 뉘어 물을 받을 수 있게 물통 옆면에 마개를 달았다.
이 아이디어는 스웨덴 아웃도어 브랜드에 팔려 지난 4년간 3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칼 엘리비그리아나 '핀업' 소장은 "10~15세 사이에 발명과 기술에 대한 관심이 생기지 않으면 시기적으로 늦는다"고 강조했다.
스웨덴은 ICT(정보통신기술) 강국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맞먹는 ICT 메카로 꼽히는 '시스타 사이언스 시티'. 단지 안의 스톡홀름 공대와 왕립공과대 학생들의 번뜩이는 아이디어에 매료된 전 세계 기업이 몰려들고 있다. 2009년 4600여개였던 입주기업은 올해 2배가 넘는 1만개를 돌파했다.
이노퍼쉬 스톡홀름 공대 교수는 "스웨덴의 교육 키워드는 '창의'"라며 "바로 여기서 미래의 먹거리가 나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2013.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