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함께
[스크랩] 미야지마 미센 트레킹 & 세계문화유산 답사
백두진인
2014. 2. 16.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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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받들어 모시는 섬이라고 불리는 미야지마에 위치한 미센(山·535m)은 세토나이카이국립공원 내에 위치하고 있으며 미센의 산록은 세계문화유산으로서 등재돼 있는 이쓰쿠시마신사의 세계문화유산 구역 내에 있다. 산정 부근에는 미야지마신사, 산록 곳곳에 다이쇼인의 수많은 당의 처마, 산기슭 저변에는 이쓰쿠시마신사를 두어 신앙의 산으로서 예부터 참배자가 끊임없다.
‘미센’이란 이름은 산의 형태가 슈미센(고대 인도의 세계관에서 세계의 중심에 있다는 상상의 산)을 닮아서라는 설과, 원래는 오야마, 미야마라고 부르던 것이 미센이 되었다고 하는 설이 있다.
- ▲ 운무 사이로 보이는 붉은 문 오도리이(大鳥居)와 섬의 전경.
- 신의 영역으로 들어서는 기분으로 입도
들뜬 기분으로 동해항에 집결한 무아투어 일행은 이미 일본에 도착한 듯 다들 화기애애하다. 비행기를 이용해 가는 방법도 있지만 동해항에서 페리를 타고 가는 해상코스를 택했다. 동해항에서 일본 사카이미나토항까지 14시간 동안 450km를 가야 한다.
갑판에서 맥주를 마시며 멀어지는 동해항을 바라보노라니 느린 듯해도 배는 금세 육지와 멀어져 갔고 동해항은 점점 멀어지더니 하나의 불빛으로만 보였다. 일본 여행을 나서는 관광객들은 이곳저곳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맥주잔을 기울이며 즐거운 대화가 오갔다. 비행기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
- ▲ 1 미야지마구치역에 도착해 앞에 펼쳐진 바다를 건너 페리를 타고 미야지마섬으로 서서히 들어간다. 2 미야지마섬 사슴들은 관광객 손에 든 팸플릿을 뺏어 질겅질겅 씹어 먹는 것을 좋아한다고 한다. 3 미야지마섬은 관광객뿐만 아니라 일본 현지인들에게도 사랑 받는다.
- 내일 아침이면 밟을 일본의 땅을 생각하니 다들 설렘 반 기대 반이다. 천천히 눈을 감고 상상의 나래를 펼쳐 일본의 3대 절경 미야지마 미센을 걸어 본다. 한국에 다도해가 있다면 일본에는 세토나이카이가 있다. 세토나이카이는 지질이 다양한 다도해적 경관과 각처에 산재하는 사적들을 포함해 전 지역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다.
들뜬 마음에 밤을 지새운 일행은 드디어 사카이미나토항에 도착했다. 항구에서 미야지마섬으로 가려면 버스로 약 4시간 이동해 미야지마구치역으로 가야 한다. 미야지마구치역에 도착해 앞에 펼쳐진 바다를 페리를 타고 건너 미야지마 섬으로 서서히 들어간다.
10분 후 나타날 엄청난 광경은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저 멀리 바다에 둥둥 떠 있는 듯한 붉은 문이 들어오고 그 위로 푸른 나무로 우거진 아담한 규모의 산이 보인다. 붉은 문의 정체인 오도리이(大鳥居)는 후지산과 더불어 종종 일본의 상징으로 소개되고 있다. 다가갈수록 신의 영역으로 들어서는 듯했다.
선착장에 도착하자 많은 일본인들, 관광객들 사이로 사슴들이 종이를 질겅질겅 씹으며 돌아다닌다. 이곳의 사슴들은 관광객들이 손에 들고 있는 팸플릿을 뺏어 먹는 걸 좋아한다고 한다. 바다를 오른편에 두고 걷는 아기자기한 길에는 많은 상점들이 줄지어 서 있다.
정신없이 걷다 보니 섬의 심장인 이쓰쿠시마신사가 웅장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미야지마의 역사는 이쓰쿠시마의 역사와 함께 시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조 시에는 바다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신사는 뒤엔 우뚝 솟은 미센, 앞쪽엔 세토나이카이의 웅대함으로 궁정문화를 느낄 수 있다.
미야지마 미센에는 여러 트레킹 코스가 있다. 그중 홍엽곡(紅葉谷)으로 올라가 대성원(大聖院)으로 내려오는 코스(4시간30분)를 택했다.
한국에선 접하기 힘든 청정지역의 원시림
- ▲ 1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설수록 미센의 정상이 다가온다. 2 일본의 나무 30%를 차지하는 삼나무가 우거져 있다.
- 트레킹 시작부터 일본 나무의 30%를 차지하는 삼나무(杉)가 가득 차 있다. 처음엔 한국의 산과 별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다. 오산이었다. 사람 손이 가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원시림으로 우거져 있어 이름 모를 나무들에 압도당했다.
신기하게도 나무가 향수를 뿌린 듯 다양한 향을 느끼면서 올라갔다. 그러다보니 산 자체를 느끼며 올라가게끔 원시림이 만들어졌다. 정취를 느끼며 올라가는 동안 곳곳의 불교 전각과 신사들을 만났다. 곳곳에는 푸른 원시림과 바닷가가 합쳐져 아름다운 미야지마의 진면목을 감상할 수 있었다.
원시림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과 향기를 만끽하며 아기자기한 트레킹 코스를 한참 거닐었다. 올라가는 동안 외국인 가족들을 많이 만났다. 밝게 웃으며 산행하는 하와이에서 온 두 남매, 독일에서 온 커플. 그들 모두 이렇게 공기 좋고 푸르른 원시림은 처음이라고 했다.
- ▲ 1 정상이다. 섬이다 보니 사방팔방이 모두 바다와 나무, 바위였다. 2 유일하게 현존하는 천수각을 보존하고 있는 마츠에성. 3 밝게 웃으며 산행하던 하와이에서 온 두 남매.
- 정상에 도착한 무아투어 일행은 모두 하나같이 숨을 깊이 들이 쉬었다. 섬이다 보니 사방팔방이 모두 바다고 산은 온통 나무와 바위로 뒤섞여 있다. 앞에 펼쳐진 운무 사이로 보이는 작은 섬과 바다는 우리가 왜 이 산을 올랐는지를 깨닫게 했다.
약간의 여운을 남기고 아쉬움을 뒤로한 채 정상에서 발걸음을 옮겼다. 세계 명산을 찾아다는 일을 업으로 삼는 무아투어 박태길 대표는 “한국에선 경험하기 힘든 청정지역의 원시림”이라 말했다. 대성원 코스로 하산하는 길에 느낀 청정지역의 풍경이 정상과는 다른 매력을 느끼게 했다. 한국에 있는 산이랑 비슷하지만 그 바위 사이로 솟아 있는 다양한 원시림은 웅장함을 더해 줬다. 온통 사방이 그림 같았다.
내려가면 내려갈수록 울창한 숲은 미센의 품위를 더욱 높여 줬다. 마치 수목원에 와 있는 듯이 사람손이 닿지 않은 청정지역인데도 불구하고 잘 가꾸어져 있었다. 꾸민 듯 안 꾸민 듯한 계곡엔 물이 조금 흐른다. 이 계곡에 물이 콸콸 흐른다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 ▲ 1 미야지마 미센은 남녀노소 쉽게 올라갈 수 있는 산이다. 2 붉은 문 오도리이가 썰물로 인해 웅장함을 드러냈다.
- 하산길에서 올려다 본 미센의 모습은 마치 연필을 빼곡히 꽂아놓은 듯 나무가 우거져 있다. 그림을 그려 놓은 듯한 수많은 푸른 원시림의 모습은 감탄을은 자아낸다.
산곡의 풍취에 취해 트레킹을 마친 일행은 모두 늘어지게 기지개를 켰다. 다들 기를 충분히 받은 모양이다. 다음에 다시 온다면 다른 코스로 더 많은 자연과 기를 받고 원시림의 풍취를 느끼며 정상까지 산을 오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자연에선 아름다운 풍경들을 선물 받았고, 소박한 미소로 가득 찬 모든 등산객에게선 푸근한 마음을 선물 받았다. 이렇게 미야지마 미센과 작별하니 아쉬움이 남지만, 마음속에 담아둔 감동이 오랫동안 여운을 남기리라 생각되었다.
잘 보존되고 있는 일본 문화에 감동받아
일본의 밤이 찾아오고 두 번째 코스인 기타히로시마에 위치한 다와라온천호텔로 향했다. 정겨운 건물 모습은 편안함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폐교된 초등학교 자리에 있는 다와라온천은 5,000년 동안 온천수가 솟아나는 곳이다. 녹음이 풍부한 자연에 둘러싸여 초등학교의 모습이 남아 있는 호텔은 편안함을 느끼게 해준다. 유수탕, 기포탕, 노천온천 등 다양한 온천욕을 즐길 수 있다.
제일 재밌는 점은 유카타(일본의 개량한복)를 입고 밥 먹고 온천을 한다는 점이다. 기모노와 달리 유카타는 일본사람들이 격식을 차리지 않아도 되는 자리에서 편하게 입는 옷이다. 5,000년 된 온천탕이라 그런지 일행 모두 피부가 좋아진 듯했다.
밤새 비가 내린 다음날 아침 호텔 조식 후 2시간가량 이동해 미요시에 전용 포도밭과 와인공장을 갖춘 와이너리로 갔다. 직접 만든 와인을 시음할 수 있는 곳이라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 가격도 저렴하고 만드는 과정을 직접 견학할 수 있어 믿음직스럽다.
다음으로 이동한 곳은 현존하는 유일의 산인 천수각을 보존하고 있는 마츠에성이다. 흥미로웠다. 일본만화에서 봐오던 성을 직접 본다는 말에 발걸음이 빨라졌다. 눈에 들어온 마츠에성은 외관부터 남달랐다. 메이지시대 초 일본의 성은 대부분 철거되었지만 마츠에성 천수각은 마츠에의 무사 등 지역 유지들이 힘쓴 덕분에 산인 지방에서 유일하게 보존되고 있으며, 마츠에의 상징으로서 사랑받고 있다. 밖에서 보면 5층이지만 내부는 6층으로 실전을 중시한 안정감 있는 구조를 보여 준다. 내부에 있는 전시관은 중요문화재인 만큼 일본의 오랜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 ▲ 1 미요시 와이너리에서 공장에서 직접 만든 와인을 시음할 수 있다. 2 사카이미나토 로드에는 탈을 쓴 요괴들이 돌아다니고 모든 상점에서 요괴 캐릭터를 만나 볼 수 있다.
- 여행의 종착역인 사카이미나토로 이동했다. 이 동네는 요상한 동네다. 사카이미나토에서 자란 미즈키 시게루라는 작가가 소년기의 체험을 통해 관심을 갖게 된 요괴를 소재로 다수의 작품을 발표했다. 작가는 고향의 길에 치밀하고 입체적으로 표현한 요괴 모습의 청동상 139개를 설치했고, 그로 인해 많은 관광객이 찾아와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주고 있다. 길에 탈을 쓴 요괴들이 돌아다니고 모든 상점에서 요괴 캐릭터를 만나 볼 수 있다.
일본에서의 1박2일 일정이 끝이 났다. 배에서 2박을 보내서 정작 일본에는 1박2일 동안 있었지만 떠날 때의 기대감과 돌아올 때의 여운이 합쳐져 표현하지 못할 만족감이 들었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청정지역을 체험하긴 힘들죠. 미센을 느껴 보세요.”
무아투어는 박태길 대표는 원시림의 향기를 느끼며 쉬엄쉬엄 경치를 감상하다 보면 미야지마의 매력에 푹 빠질 것이라고 말한다.
- ▲ 미야지마 개념도
- 페리로 여유롭게 즐기세요
동해항~사카이미나토항 450km 14시간
DBS크루즈페리(Eastern Dream)는 1만3,000톤급으로 480명의 승객, 50명의 승무원을 수용할 수 있다. 객실은 프레지던트 룸, 로열스위트, 주니어 스위트, 퍼스트 클래스, 세컨드 클래스, 이코노미 클래스까지 쾌적하고 여유로운 공간으로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노래방, 레스토랑, 면세점, 사우나, 나이트클럽, 제스트바, 편의점 등 다양한 오락편의시설이 있다. 문의 02-2285-2585 www.트래킹.com <조선일보 2013.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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