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이 교장 평가할 순 없다
|
박찬구/서울대 사범대 교수 윤리교육학 서울 시내 중·고교에서 학생이 교장을 평가하는 제도가 시행된다고 한다. 13일 서울시교육청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11학년도 학교장 경영능력 평가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교장에 대한 평가에서 학부모와 교사의 평가 비중을 늘리고 학생의 평가 항목도 신설했다. 지난해에는 교장 평가에서 학부모와 교사의 만족도에 각각 10점씩 배점을 주었으나 올해에는 15점으로 늘리고 학생의 만족도에 10점을 더했다. 이에 따라 올해 교장 평가는 100점 만점 중 교사·학부모·학생 만족도가 차지하는 비율이 40%에 이르게 됐다. 이 평가 결과는 교장의 인사와 성과급 등에 반영된다고 한다. 일선의 교장과 교사들은 이러한 서울시교육청의 계획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교장이 학부모와 교사에 이어 이제는 학생의 눈치까지 보느라 제대로 학교 경영을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한국교총도 성명을 통해 ‘학교장의 인기 영합주의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학생에 의한 교장 평가는 이미 시행중인 학생의 교사 평가를 통해 그 장단을 추론할 수 있다. 학부모와 학생에 의한 교사 평가의 장점으로는 우선 소통이 전보다 원활해졌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교사로 하여금 자신의 일방적 교육 방식을 돌아보고 반성토록 함으로써 학생의 호응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그 부작용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학생의 눈치를 보면서 인기에 영합하는 교사가 좋은 평가를 받는가 하면, 교육적 소신을 가지고 학생을 엄격하게 지도하는 교사는 부정적 평가를 받는 경우가 그 대표적 예다. 두말할 것도 없이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에 좌우된다. 만일 교사가 자신의 교육적 신념을 접고 평가를 의식해 인기에 연연한다면 그 교육에는 더 기대할 게 없다. 학생의 무례한 태도를 못본 체하고 교칙 위반에 너그러우며 두발이나 복장은 자율화해야 한다고 앞장서 외치는 교사가 좋은 평가를 받는다면, 교육적 소신을 가지고 엄격하게 학생을 지도하려는 교사는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사기가 떨어지고 말 것이다. 이는 그야말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결과라 할 것이다. 그뿐 아니라 요즘 교사에 대한 학생의 주관식 평가란에는 장난스러운 표현에서부터 심지어 욕설까지 적혀 있다는데, 이를 본 해당 교사는 마음에 상처를 입고 의욕 상실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는 근래 인터넷의 악성 댓글이 커다란 부작용을 낳는 사례를 연상시킨다. 교육은 기본적으로 교사의 교육적 신념과 권위로 이뤄지는 것이다. 교육적 신념이 흔들리고 권위를 상실한 교사에게서 더 이상 참된 교육을 기대할 수는 없다. 부모의 자격을 아이의 만족도에 의해 평가할 수 없듯이 교사의 자격을 학생들의 만족도로만 평가할 수는 없다. 교육은 상품이 아니고 교사는 상인이 아니며 학생은 고객이 아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교장에게도 자신의 교육철학을 가지고 의욕적으로 학교를 경영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 그 다음에 학부모와 교사의 평가를 통해 피드백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자라나는 청소년이자 피교육자인 학생에게까지 학교의 수장을 평가토록 하는 건 지나치다. 또 기본적으로 교장은 교실에서 학생을 가르칠 기회도 없기 때문에 학생은 교장을 잘 알지 못한다. 예전처럼 애국조회에서 훈화를 들을 일도 이제는 없어졌기 때문이다. 심지어 어떤 학교에서는 학생이 교장을 ‘쓰레기 줍는 아저씨’로 아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이런 학생들이 어떻게 교장을 평가할 수 있겠는가. 소문이나 단순한 이미지로 평가하기 십상이다. 소신 있는 교사에게 교육자의 권위를 돌려주고 소신 있는 교장에게 학교의 경영을 맡기는 것이 정도다. <문화일보 2011.6.16> |
메모 :
'교육소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부모 연봉 3800만원 이하..서울대, 전액 장학금 지급 (0) | 2011.06.17 |
---|---|
[스크랩] 학생 인기투표에 휘둘리는 교장 평가 (0) | 2011.06.17 |
[스크랩] `서술형 확대` 초등학교 수학 대비법 (0) | 2011.06.15 |
[스크랩] 어릴 적 비만, 여든까지 간다 (0) | 2011.06.15 |
[스크랩] 선생님을 성범죄자 취급하나… (0) | 2011.06.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