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교육 투자, 미국의 10분의 1
- ▲ 조영탁 휴넷 대표이사
우수한 인재가 성장 동력인데 성인 평생학습 참여는 OECD 평균의 20% 수준
CEO는 직원 교육 최우선하고 정부는 평생교육 예산 늘려야
우리나라는 불과 50년 만에 1인당 GNP 79달러의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세계 13위의 경제대국으로 세계사에 유례없는 경이로운 성장을 일궈냈다. 그 밑바탕엔 남다른 교육열이 있었다.
바야흐로 지식과 상상력이 지배하는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고 있다. 높은 교육열에 기초한 우수한 인적자본을 보유한 대한민국이 세계를 선도해나갈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자녀를 대학에 입학시키기까지 부모들의 교육열은 매우 뜨거운 반면, 정작 중요한 성인들의 평생학습 참여도는 OECD 평균의 5분의 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년 동안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 성인이 전체의 35%에 이르고, 연평균 성인 독서량은 10.9권에 그치고 있다.
일류대학 졸업장, 변호사, 의사, 박사 등 소위 '사'자 자격이 평생을 보장해주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개원의사 46%가 빚더미에 앉아 있고, '개변휴업(개업해도 일 없는 변호사)'하는 변호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제는 의사, 변호사가 아닌 공부하는 의사, 공부하는 변호사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매일 매일 새로운 지식이 쏟아지고 있고, 그 지식의 수명주기 또한 점점 짧아지고 있다. 아무리 훌륭한 교육을 받은 사람도 3년만 공부를 하지 않으면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지식은 무용지식(obsoledge : obsolete+knowledge)이 되는 시대다.
이 같은 지식정보사회에서 대학입시만을 위한 교육열을 뛰어넘어 전 국민이 평생학습을 즐기는 동방학습지국(東方學習之國)을 건설할 수 있다면 우리는 분명 세계를 선도해나갈 수 있는 강국으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다.
동방학습지국은 국민 개개인이 학습을 즐기는 데서 시작된다.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를 주창한 공자는 '발분망식 낙이망우(發憤忘食 樂而忘憂)', 즉 알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면 먹는 것조차 망각하고 즐거움으로 인해 근심조차 잊어버린다고 학습의 즐거움을 강조했다. 인생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자기계발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우리의 미래는 어느 대학을 나왔고 어떤 공부를 했는가 하는 과거의 학력(學歷)이 아닌 배우려는 의지와 노력, 즉 미래의 학력(學力)에 의해 결정된다. 학습을 즐기는 사람으로 스스로를 변모시키는 사람만이 진정한 미래 경쟁력을 갖춘 사람이 될 수 있다.
기업에서의 교육투자 증대 역시 시급한 과제다. 기업의 경쟁력은 기업이 보유한 인적자원의 경쟁력에 다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시켜 놓으면 타 회사 좋은 일 시킨다는 이유로, 혹은 교육 투자가 시급하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교육투자를 꺼리는 경영자가 많다. 우리나라 기업의 교육 투자는 미국 기업의 10분의 1 정도인 매출액의 0.3%에 불과한 실정이다. 직원 교육비는 비용이 아니라 투자로 인식해야 한다. 교육은 직원들의 재능을 끌어내고, 품질을 높이고, 애사심을 공고히 하는 등 여러 가지 부수효과를 창출한다. 교육 투자는 콩나물에 물 붓듯이, 즉 당장의 효과가 보이지 않더라도 지속적으로 투자하면 언젠가는 크게 자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행해져야 한다.
특히 최고경영자의 의지가 중요하다. 교보생명 신창재 회장은 '우리 회사의 총 가치는 직원들이 회사를 그만두고 나갔을 때 외부 노동시장에서 받을 수 있는 총 연봉의 현재가치와 같다'고 말함으로써, 기업가치 극대화를 위해서는 교육을 통해 사람의 가치를 먼저 극대화시켜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바 있다. 경영자는 직원들의 평생학습을 자신의 첫 번째 임무라 생각하고, 'Chief Executive Officer'를 뜻하는 CEO가 아닌, 'Chief Education Officer'로서의 CEO가 되어야 한다.
국가 차원의 평생학습 장려정책도 보다 가속화되어야 한다. 학교교육에 편중된 교육 재정구조를 평생·직업교육 부문에도 균형 있게 배분해야 한다. 평생학습 장려를 위한 부처 간 공조도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일례로 교육과학기술부가 전 국민의 평생학습 활성화를 목적으로 야심 차게 시작한 평생학습계좌제는 기업 사내 교육 및 고용노동부에서 주관하는 고용보험환급 과정 등과 연계 없이 독자적으로 추진돼 아직 지지부진한 상태에 머물러 있다.
세계적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우리나라가 2050년 1인당 GDP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될 거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전 국민의 학습열로 가득 찬 동방학습지국을 만들어 낼 때 그것은 꿈이 아닌 현실로 우리 앞에 다가올 것이라 확신한다. <조선일보 201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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