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교육감, 교실체험 해보라
- ▲ 김민철 사회정책부 차장
교육 경력 15년인 초등학교 여교사 A씨는 교사 이력이 붙을 만큼 붙었고, 아이들 다루는 노하우도 쌓일 만큼 쌓였다고 스스로 생각했다. 그런데 올 들어 A씨는 수업 시간에 말썽 부리는 아이가 너무 많아 진이 다 빠져 집에 돌아오는 날이 많다. 꼭 6학년을 맡아서 그런 것 같지는 않다. A씨는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체벌 금지'를 발표한 후 "학생이 무슨 짓을 해도 교사는 아무것도 못 한다" "교사들 손발이 다 묶여 있다"는 것을 아이들이 귀신같이 눈치채고 행동한다고 말했다. 그는 며칠 전에도 옆 반에서 한 학생이 소리를 지르며 소란을 피우는 것을 말리던 50대 여교사의 팔목에 긴 손톱자국이 나는 것을 목격했다. 요즘 교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 기가 찬 현실은 본지가 5회에 걸쳐 연재한 '교실이 무너진다' 시리즈에 잘 나와 있다.
체벌 금지를 명문화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과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은 체벌 금지가 요즘 교실 붕괴와 무관하다고 말한다. 곽 교육감은 지난 28일 기자회견에서 "체벌 금지를 한쪽 면만 보고 교권 약화·추락의 주범이라고 모는 것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며 요즘 교실의 혼란을 '학교 현장에서 권위주의를 걷어내는 과정에서 생기는 불가피한 진통'으로 해석했다. 김 교육감은 지난 27일 간부회의에서 "(체벌을 금지한) 학생인권조례 시행으로 교실 붕괴가 가속화하는 것처럼 왜곡하는 것은 잘못된 인식"이라며 "과거처럼 체벌을 허용하고 학생이라는 이유로 기본적 인권을 제한하면 교실 붕괴와 교권 추락이 없어질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도구나 손·발로 학생들을 때리는 직접 체벌을 더 이상 교실에서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공감대를 형성한 문제다. 과거로 돌아가자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아무리 사랑으로 가르치려고 해도 사춘기 전후인 학생 중에는 반항기로 가득찬 말썽꾸러기가 있게 마련인데, 교사들이 실효성 있는 대체벌 제도 하나 없이 무방비 상태로 가르칠 수 있느냐는 점이다. 교실에서 뭘 해야 하고, 뭘 하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한 개념이 없이 '학생 인권'을 '무한 자유'로 생각하는 학생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각각 방송대와 한신대 교수 출신인 두 교육감은 요즘 초·중·고교에서 무슨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잘 모를 수 있다. 두 교육감은 가끔 언론에 나오는 교실 붕괴 사례들을 언론이 과장한 극단적인 것으로 이해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교육 현장의 교사들은 교실 붕괴가 너무나 심각한 현실인데 우리 사회와 교육감들이 모르고 있다고 성토한다.
그래서 '교실이 무너진다' 취재팀에 "아무런 대책 없이 체벌을 금지한 두 교육감이 초·중·고교에서 직접 수업을 해봐야 한다"는 이메일을 보낸 교사가 적지 않다. 두 교육감이 하루만이라도, 학군이 좋지 않은 학교를 골라 일일교사라도 제대로 해보면 어떻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면 대안 없는 체벌 금지가 얼마나 성급했는지, 어떤 대책이 필요한지 감이 잡힐 것이라고 했다. 일부 교사들은 교육감들이 교실 체험 후 학생 인권에 대한 태도가 180도 달라져 너무 강경한 대책을 내놓지 않을까 걱정했다. 요즘 학교 현실이 그렇다는 것이다. <조선일보 201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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