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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교권과 학생인권 사이…체벌논란 접점 없나

백두진인 2011. 7. 23. 00:39

교권과 학생인권 사이…체벌논란 접점 없나

 

 

 

 

 

 

"체벌금지로 교권 추락"vs"교육민주화가 시급"

 

 

학교에서 체벌을 허용해야 하는지, 허용한다면 어디까지 가능한지를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교원·학부모 단체 한편에서는 체벌을 금지한 이후 학생들이 교사 지도에 불응하고 욕설과 폭행을 하는 등 교권 추락과 `교실 붕괴', 이로 인한 학습권 침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지적한다.

반면 다른 교원·학부모 단체는 교권 추락이 최근 체벌 금지로 초래된 게 아니라 이미 수십년 전부터 제기된 것이며 교사·학생이 교육활동의 주체가 되는 교육 민주화가 시급한 과제라고 주장한다.

◇체벌금지 찬반 `팽팽' =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일부 시도교육청의 잘못된 체벌금지 정책으로 인해 교사는 무력감을 느끼고 학생은 해방감을 느끼는 가운데 교권 추락이 심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교총 김동석 대변인은 17일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지난해 11월 체벌대체 매뉴얼을 발표했는데 `술먹은 학생에게 음주측정기를 갖다대라'는 등 현장과 동떨어진 내용"이라며 "이처럼 섣부른 정책이 혼란만 가중시킨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학생은 잘못을 저질러도 괜찮다고 생각하게 되고 교사는 잘못한 학생을 지도할 수조차 없다는 무력감을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총은 최근 영국이 학생 체벌을 전면 금지한 `노 터치' 정책을 1998년 도입 이후 13년 만에 폐기했다는 외신보도를 인용하며 우리 교육현장에서도 시사점이 크다고 논평하기도 했다.

반면 손충모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부대변인은 "체벌 금지 때문에 교권이 무너진다는 식의 단순 논리·주장에는 동의하기가 어렵다"며 "교권 추락과 학교 교육의 문제는 비단 최근이 아니라 10년, 20년 전에도 똑같이 제기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근본적으로 학교교육에서 교사와 학생이 아무런 의사 결정권 없이 소외돼 있다는 게 큰 문제"라며 "교사와 학생이 자율적으로 학교 교육에 참여하는 자기 결정권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교육 민주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최근 교사·학생에게 설문조사한 결과 70% 이상이 체벌금지에 찬성했다"며 "이제 교육적 지도방법에 대한 지원과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교과부·시도 교육청 입장은 =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1월 `학교문화 선진화 방안'을 발표, 간접 체벌을 허용하는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다.

이 방안은 신체나 도구를 이용한 직접 체벌은 금지하되 교사가 교육적 훈육인 간접 체벌은 할 수 있도록 했다. 간접 체벌은 학교·학급별 특성과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해 학칙으로 결정한다.

그러나 학생 수가 많은 양대 교육청이자 `진보 교육감'이 이끄는 서울시·경기도교육청의 입장은 다르다.

서울교육청은 직·간접 체벌을 모두 금지하고 일선 학교에 체벌 대체방안이 포함된 학교생활규정을 만들라고 지시한 바 있다. 서울교육청은 체벌을 금지하는 학생인권조례도 만들고 있다.

경기교육청은 전국에서 처음으로 체벌과 집단괴롭힘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긴 `경기도 학생인권조례'를 만들었다.

◇`솔로몬의 해법' 없나 = 교과부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교육감의 학칙 인가권을 폐지하고 학교장에게 맡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행 시행령상 학교는 학칙을 만들 때 교육감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교육감이 승인권자인 만큼 교육청 정책과 어긋나는 학칙은 만들기가 어렵다.

시행령 개정 추진은 시도 교육청이 체벌을 금지하더라도 간접 체벌을 허용하는 학교가 나올 수 있도록 길을 터주고 학교의 재량권을 확대하려는 조치다.

이와 함께 교과부는 체벌 이전에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학칙을 지키고 자치활동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예시안을 담은 `학교생활규정 매뉴얼'을 배포할 계획이다.

반면 서울·경기교육청은 교과부의 시행령 개정을 적극 반대하고 있다.

교총은 교과부와 일부 시도 교육청의 방침이 제각각이어서 명확한 `교통정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교조는 학생 체벌로 인한 갈등보다는 학교 관리자와 교사·학부모의 갈등, 교육정책을 둘러싼 갈등이 훨씬 심각하다면서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과거 `오장풍 교사'의 사례에서 보듯 직접적인 체벌의 폐해는 누구나 공감하지만 `대안없는 체벌금지'로 인한 교권 실추를 막을 대책도 필요한 만큼 당국이 어떤 해법을 마련할지 주목된다.<연합뉴스 201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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