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서울시교육청에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과 에르끼 아호(Erkki Aho) 전 핀란드 국가교육청장이 간담회를 했습니다.
이 만남에서 에르끼 아호는 “학교의 목적은 시험을 잘 치는 학생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다양한 재능을 지닌 구성원을 길러 내는 것”이라며 수준별 교육이 아닌 통합교육을 강조했는데요. '평등, 협동 교육'의 대명사로 꼽히는 핀란드는 불과 30년 전만 해도 성적에 따라 일반계와 실업계 진학을 구분 지어 가르치다 에르끼 아호 전 청장의 교육개혁 이후 통합교육으로 전환했습니다.
교육감 : 한국과 핀란드가 PISA에서 1.2등을 다투고 있는데요.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많이 차이가 납니다. 우리 아이들은 학력은 대단히 높지만, 지적 흥미도는 바닥권이에요. 또 자발성에서도 바닥권이고 행복감에서도 바닥권이에요. 반면에 핀란드에서는 그런 지표들에서 굉장히 탁월한 성과를 내고 있거든요. 이 점이 우리가 고쳐야 할 점이라 생각해요.
에르끼 : 물론 시험결과가 다가 아닙니다. 시험은 시험일 뿐이고요. 학교의 목적은 시험을 잘 치는 학생을 키우는 게 아닙니다. 교육에는 사회적인 목적도 있고 윤리적인 목적도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핀란드 교육이 성장했다고 봅니다.
핀란드는 9년의 종합학교가 있습니다. 거기는 지역, 부모 재력과 상관없이 누구나 다니기 때문에 핀란드복지사회의 축소판이에요. 그런 거기 때문에 학교 역할이 중요한 거죠. 우리가 사회 구성원을 양성하는 데 있어서.
교육감 : 핀란드 교육개혁을 20년간 이끄실 때 기본 신념이 어떤 거였는지 설명해 주셨으면 좋겠어요.에르끼 : 1960년대 초에 핀란드가 굉장히 빠른 속도로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변화하며 산업화가 굉장히 빨리 이뤄졌던 때입니다. 바로 그때 교육혁신을 했었죠. 그리고 그 바탕이 되는 이데올로기는 스칸디나비아에 있는 복지사회로 보면 될 듯합니다. 스칸디나비아 복지사회의 이데올로기에서 중요한 것은 사회가 모든 국민에게 기본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사회적 책임으로 봅니다. 기본서비스가 교육이죠. 또 육아, 어린이집 유치원, 의료,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그런 서비스도 하고요. 집 문제, 집 마련도 얼마 정도 책임집니다.
사실 이 60년대 교육혁신은 ‘파일럿 프로그램’이었어요. 복지사회를 만드는데 교육부터 시작했습니다. 교육부터 시작한 이유는 복지사회를 만드는데 그 역할이 너무나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교육혁신을 통해 9년제 종합학교를 만들었습니다. 거기는 지역이나 재력에 상관없이 모든 학생이 다 무료로 다닐 수 있도록 했습니다.
처음에는 비판을 많이 받았습니다. 사람들이 이런 혁신은 불가능하다. 어떻게 다른 아이들을 같이 가르칠 수 있느냐는 비판을 많이 받았습니다. 비판하는 이들은 수학적 재능, 언어, 과학 쪽에 재능을 가진 아이들을 최대한 일찍 뽑아서 따로 교육해야 된다고 했습니다.
핀란드 교육혁신의 철학적인 바탕에 최우선은 아이입니다. 아이가 가장 중요합니다. 교육은 아이의 인권이고요. 유엔 아동 권리 회에도 적혀있듯이 아이가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교육혁신 전에 핀란드에는 재능이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일단은 이론적인, 대학교 가서 공부를 잘하는 재능이 있고요. 아니면 손으로 만드는 재능이 있다고 봤습니다. 그런데 다중지능이론에 따라서 연구를 했더니 그것만이 아니라 너무 많은 재능이 있다고 증명했습니다. 그래서 학교의 역할은 다양한 재능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을 똑같이 지지를 해주는 겁니다.
<핀란드 교육개혁>
핀란드의 교육개혁 핵심은 60년대 후반부터 있었던 종합학교 계획이다. 9년 동안 즉, 초, 중학교 때까지 평준화 교육이다. 그전에는 grammar school이라 해서 독일식으로 5학년 때까지 같이 배우다가 그 뒤로 공부 잘하는 애들은 grammar school 가고 못하는 애들은 실업학교 올라갔었는데 60년대 후반에 핀란드에서는 종합학교로의 계획을 설계했고 그 개혁 설계에 에르끼 아호 전 국가교육청장이 중심에 있었다.
따라서 핀란드 학교에서 가장 중요한 도전이 어떻게 하면 아이들의 재능을 찾게 할 것인가이다. 아이들의 재능을 길러준다는 의미도 있지만 스스로 재능을 찾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한국에서는 영어, 수학을 가장 중요시하는데 핀란드는 사회적 과정을 중시한다. 사회적 과정은 비슷한 사람끼리 모아놓기보다는 다양한 재능을 지닌 사람들이 섞여 있는 와중에 창조와 혁신이 일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핀란드 교육에서 9년제 종합학교 계획은 섞임으로써 일어나는 창조와 혁신을 통해 인재를 교육하자는 것을 바탕으로 이뤄졌다.
에르끼 : 9년 종합학교를 추진하게 되던 때 논쟁점은 모든 사람이 모든 걸 배울 수는 없어도 어떤 사람이 배울 수 있는 능력에 한계를 짓지 말자는 겁니다. 학생들은 많은 것을 배워나갈 거란 믿음으로 교육을 설계했습니다. 인간 사회가 100년 전과 비교해 봐도 커다란 지적 발전이 이뤄졌는데 그런 발전을 우리 아이들도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학생들이 배우게 하는 데는 상한선을 둬서는 안 된다. 누구든지 배울 수 있다. 더 잘 배울 수 있다. 어떤 아이는 잘 배울 수 있고 어떤 아이는 잘 배울 수 없다는 그런 기준을 두는 경우가 있는데 누구든지 잘 배울 수 있다는 철학과 원리가 이 9년의 종합학교제도에 들어있다는 거죠. 그래서 4~5년 만에 초등학교를 마치고 능력에 따라서 학생을 나누었던 방식을 9년까지 함께 공부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교육감 : 우리나라에서는 중학교만 되면 영어와 수학을 수준별로 수업해요. 이 수준별 수업을 핀란드에서는 어떻게 하고 있나요?
에르끼 : 핀란드가 종합학교를 계획할 때 우리나라처럼 전국에서 동시에 해버린 게 아니라 5년, 10년 이렇게 천천히 내려왔거든요. 그래서 과도기가 있었습니다. 과거의 제도와 새로운 제도가 함께 시행되는데 종합학교에서 오히려 좋은 결과가 나온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이전 것을 없앤 거죠. 수준별 수업방식을 없앤 겁니다.
그래서 9년 동안 적어도 능력이 다른 아이들이 함께 공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것은 교사들에게는 굉장히 큰 도전이자 어려운 문제입니다. 핀란드에서는 수준을 나눠서 가르치는 방식이 아니라 모든 아이에게 개별화된 학습이 가능하도록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교사가 개별화된 수업을 할 수 있어야 하잖아요. 그래서 그것을 위해서 교사 교육이 달라져야 한다. 그래서 종합학교의 계획에서 중요한 부분이 교사 계획이었죠.
교육감 : 수준별 수업도 물론 일종의 학력별 양극화 현상에 반영이고, 어떻게 보면 공교육의 실패를 들어내는 지표라고 생각하는데요. 비교와 경쟁에 대해서 적어도 9년간의 공교육에서는 별로 인정을 안 하는 거 같아요. 왜 그런 건지, 그렇게 할 때 이른바 수월성 교육이 어떻게 가능한지 의문들을 많이 가지고 있거든요. 시험 안 보는 교육, 어떻게 가능한지 좀 여쭤보고 싶습니다.
에르끼 : 종합학교 9년 동안 학교 밖에서 하는 평가는 없습니다. 학교 안에서 하는 교사들의 평가는 수시로 이루어지겠죠. 학생에 대한 평가는 교사들의 책임인데, 이 교사들이 학생들의 평가결과를 비교하지 않습니다. 교사들은 학생이 교육과정 목표에 도달했는지를 평가하겠죠. 그래서 도달하지 못하는 학생이 있다면, 교사는 그 학생이 학습하는 방법, 과정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살피고, 무엇이 문제인지 봐서 그 학생의 문제를 해결해주고 돌보아 주면서 끌어올려 주는 게 교사가 할 일이고요. 잘하는 학생에겐 더 많은 자료를 제공하고, 더 어렵고 새로운 도전적인 과제를 제시해서 그 아이들은 그걸 하게 한다는 거죠.
학교 안의 학생들이 하는 학습은 선생님이 강의하고 아이들이 듣는 게 아니라, 아이들이 스스로 하는 개별화된 학습 과정이 일어난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그래서 9학년이 끝나갈 때에는 진로상담 시간이 있는데, 이때는 학생들이 그동안 공부했던 것을 살펴 그 아이가 앞으로 어떤 길로 가면 좋을지 어떤 학습의 경로를 가져야 할지 대해서 선생님들이 조언해서 고등학교로 올라가는 진로가 탐색이 되는 거죠.
교육감 : 제가 말씀을 들으면서 우리 교육 DNA에는 비교와 경쟁이 너무 깊이 들어와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어요. 비교와 경쟁이 교육적 자극을 주고 교육적 효과가 높다는 믿음이 우리의 교육 관행들을 너무 지배하고 있는 게 아닌가. 우리가 이 편견에서 과감하게 벗어나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에르끼: 핀란드에도 왕따 문제는 있어요. 옛날에는 핀란드 사람끼리만 살았는데 이젠 다문화사회가 되고 있는데요. 학생들의 40~50% 정도가 핀란드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습니다. 종교도 다를 수 있고 여러 가지 배경들이 다양해졌기 때문에 이런 충돌의 가능성이 있다는 거죠.
핀란드는 4년 전쯤에 '재밌는 학교'로 프로젝트를 시작했는데요. 그리고 그 프로젝트의 목표는 바로 왕따를 없애는 거였습니다. 가장 핵심점이 무엇이냐면, 왕따가 발견되면 초기에 발견해서 바로 잡아야 한다는 겁니다. 학생과 대화로 해결하는 겁니다. 처벌하는 건 해결이 아닙니다. 왕따가 일어난 곳은 사실 공동체에요. 거기서 일어났기 때문에 그 안에서 대화로 풀어야 한다는 거예요.
부모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핀란드는 활발하게 활동하는 학부모 조직이 굉장히 많고요. 학부모들도 학교에 관심이 많고요. 이 책자를 보면 8개 국어로 돼 있어서 학부모 조직이 어떤 것인지 설명합니다.
교육감 : 여러 가지 한계 때문에 충분한 의미가 전달됐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아무튼 우리나라 교육 DNA 안에 내 DNA 안에도 비교와 경쟁의 유용성에 대한 생각이 일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고 상대적으로 조금 더 느꼈어요. 이 부분이 이제 의식과 문화의 문제겠죠. 여기에 대해서 좀 더 과학적인 접근을 해야겠다. 특히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그야말로 다중지능이라는 뜻이라는 거거든요. 모든 사람이 한 분야에서는 지능을 갖고 있고, 재능을 갖고 있기 마련인데, 그것을 학교에서 하나도 빠짐없이 살려주는 교육을 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좀 더 해보게 됐습니다. <서울특별시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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