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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한 스코틀랜드 할머니의 시

백두진인 2013. 8. 28. 10:19

 

            한 스코틀랜드 할머니의 시

 

 

 

스코틀랜드 던디 근처에 있는 어떤 작은 병원의 노인병동에서 한 할머니가 죽었을 때

그녀가 값있는 뭔가를 남겨두었으리라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후에 간호원들이

하찮은 그녀의 유품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시()가 발견되었는 데 너무 감동적인

나머지 병원의 모든 간호원들에게 알려지게 되었고 그들 중의 한 사람이 아일랜드에 그

시를 소개했다. 그 보잘 것 없던 스코틀랜드 할머니의 유일한 유산인 그 시는 그 결과

북아일랜드의 한 정신의학 잡지에 실리게 되었고 최근에는 인터넷을 통해 전세계의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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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팍한 할망구 


당신들 눈에는 누가 보이나요, 간호원 아가씨들?

대체 제가 어떤 모습으로 보이는 지를 묻는 거예요.

날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요?


그다지 현명하지도 않고

성질도 형편없고

눈초리마저도 흐리멍덩한 
괴팍한 할망구 아니겠어요?

 

칠칠맞게 음식을 흘리기만 하고

당신들이 큰 목소리로

한번 노력하는 척이라도 좀 해보세요!”라고 소리쳐도

아무런 대꾸도 못하는 사람이겠지요.


당신들이 해주는 일들을

고마워할 줄도 모르고

늘 양말 한짝이나 신발 한짝을

잃어버리기만 하는 사람이겠지요.

 

목욕이면 목욕

식사면 식사

좋던 싫던 간에

당신들이 시키는 대로

하릴없이 하루를 보내는 사람이겠지요.

 

그게 당신이 생각하고 있는 전가요?

그게 당신 눈에 보이는 전가요?

그렇다면 눈을 떠보세요.

절 한번 제대로 봐주세요.

 

이렇게 여기 가만히 앉아서

분부대로 고분고분

음식을 씹고 있는 제가

과연 누군지를 알려드릴께요.

 

저는 열살짜리 어린 소녀랍니다.

사랑스러운 엄마와 아빠

또 오빠, 언니, 동생들도 있지요.

 

저는 방년 열여섯의 처녀랍니다.

발에 날개가 달린 채

이제나 저제나 연인을 만날 꿈 속을 헤매고 있지요.


저는 스물의 꽃다운 신부랍니다.

영원히 지키기로 한 서약을 되새기는 데

가슴이 괜스레 콩닥콩닥 하네요.


그러던 제가 벌써 스물다섯이네요.

포근한 안식처와 제 보살핌이 절실한

바로 제 아이가 품 안에 있어요.

어느덧 제가 서른살의 엄마래요.

아이들은 훌쩍 커버렸지만

앞으로도 계속

서로가 서로를 아끼면서 살아갈 것 같네요.

 

마흔이 되니

아들들이 다 자라 집을 떠났어요.

하지만 남편이 곁에 있어

눈물로 지새우지만은 않아요.


쉰이 되자 다시금

무릎 위에 아가들이 있네요.

자식들을 다시 한번 이해하는 것 같아요.

사랑스런 아이들과 나.


암울한 날들이 다가오네요.

남편이 죽었어요.

미래를 생각하는 내 자신이

두려움에 떨고 있어요.


제 새끼들을 키우느라 
자식들은 정신이 없네요.

하지만 저는 지난 세월과

또 제가 알았던 사랑을 아직 뚜렷이 기억해요.

 

어느새 할머니가 되어버렸어요.

세월은 참으로 잔인하네요.

노인을 바보로 만드니까요.

몸은 시들어가고

기품과 정열은 떠나갔어요.

한때 내 심장이 있던 자리에는

돌덩이가 자리를 잡았네요.

 

하지만 제 늙어버린 몸뚱이 안에

아직도 어린 소녀가 살고 있어요.

그리고 이따금 씩은

쪼그라든 제 심장도 쿵쿵대기는 해요.

 

지난 날의 기쁨들이 기억이 나요.

지난 날의 아픔들도 생생해요.

사랑도 삶도 다시 즐겨보려고 해요.

지난 세월을 생각해 보니

너무나도 짧았고 또 너무나도 빨랐어요.

영원한 건 없다는 무서운 진리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걸 배웠나 봐요.

 
모두들 한번 눈을 떠보세요.

눈을 뜨고 절 봐 보세요.

괴팍한 할망구라고만 하지 마시고

제 진짜 모습을 한번 제대로 봐 주세요!! 

 

by Lisa Mori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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