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함께

[스크랩] 섬진강 둘레길과 남해 금산 보리암

백두진인 2013. 9. 4. 09:45

 섬진강 둘레길과 남해 금산 보리암

 

 

 

 

첫째 날,

지난 주말에 섬진강과 남해 보리암을 다녀왔어요. 출발 인원이 생각했던 것보다 많았으나 스타렉스 12인승에 딱 맞는 인원이었어요. 밤을 새다시피 하고 새벽부터 나갔는데 운전을 하지 않고 뒷자리에 앉아 책이 읽고 아이폰이나 만지다 보면 운전자에겐 살짝 미안하지만 뭐랄까, 차가 막히든지 말든지 아무 생각이 없다고나 할까요^^ 아무튼 그랬죠.

섬진강으로 내려갈 때에는 아주 잘생긴 다섯 살 남자아이가 제 짝이 되었어요. 준호, 이 녀석은 나를 보자마자 반해버렸는지 이름을 묻고 나이를 물어본 후에 "준호야, 난 예쁜고모야. 예쁜고모! 해봐!" 했더니 크하하! 준호는 날 부를 때마다 "예쁜고모"하고 불렀답니다. 녀석이 나를 아주 좋아해주어 내려가는 내내 둘이 앉아 차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소음을 날리며 신나게 놀았다지요. 남원에 도착했을 땐, 준호는 이미 예쁜고모에게 넘어와 고모만 찾아다녔답니다. 아, 귀여운 녀석, 벌써부터 예쁜 건 알아가지고 ㅋㅋㅋ

남원에 도착해서 가장 유명하다는 추어탕 집으로 추어탕을 먹으러 갔어요. 전 추어탕을 잘 못 먹어요. 우거지를 좋아하기에 그 우거지 땜에 먹기는 하지만 가능하면 안 먹고 싶어하죠. 근데 다들 어찌나 맛있게 추어탕을 먹어대는지, 역시 남원엔 추어탕이 최고야! 외치며 국물까지 싹싹 비워버리더군요.



점심을 먹곤 섬진강 둘레길을 걸으러 갔어요. 내려올 때만 해도 흐리던 날씨가 점심 먹고 난 후 우리가 걸을 줄 알았는지 완전 땡볕! 둘레길이고 뭐고 그냥 쉬고만 싶더군요. 시원한 에어컨 나오는 곳에서. 하지만 혼자 행동할 수도 없었고 까짓것 내가 무더위에 질 수 있겠느냐 며 따라갔습니다. 가는 길에 우연히 메타세쿼이아 길을 지나게 되었는데 아주 잘생긴 나무를 보니 김연수 작가의 <세계의 끝 여자친구>가 생각나더군요.^^

둘레길, 사실 나중에 같이 다녀온 분이랑 지리산 둘레길에 대해 알아봤는데 우리가 걸었던 그 둘레길은 도대체 어느 곳의 둘레길인지 알 수가 없더군요-.- 우리가 둘레길을 걷기는 했어?(아마 이 글을 읽으면 알지님이 뭔가 말을 해주지 않으실까요?) 암튼, 섬진강을 따라 걷는 계획은 좋았으나 작년과 달리 나무숲도 아니고 완전 땡볕이어서 순간 당황을 했더랍니다. 난 당연 작년처럼 숲길을 걸을 거라 생각했기에 귀찮은 모자는 가지고 오지도 않았거든요. 작열하는 태양을 보니 뭔가로 가리지 않으면 제대로 얼굴 타 줄 것 같아 고민을 하다가 선글라스를 쓰고 손수건으로 얼굴을 둘둘 감았습니다. 가끔 동네 공원에 산책을 가다 보면 눈만 내 놓고 얼굴 모든 곳을 감싸고 운동을 하는 아줌마!!의 형상을 하고선 걸었다지요.

햇빛이 강렬하여 걷는데 좀 힘들었지만 너무나 오랜만에 ‘운동’이라는 걸 하는 저로서는 너무 좋았습니다. 땀이 흘러 등줄기를 내려오는 느낌도 좋았고, 다만 마지막에 길을 잘못 들어 군인들 훈련하는 마냥, 혹은 신입사원 오리엔테이션 와서 극기 훈련 하는 것처럼 쌩쌩달리는 도로를 걸어야 한 것은 별로였지만요.ㅎㅎ 그래서 완주는? 했다고 봐야죠.ㅎㅎ

그렇게 걷고 김용찬 교수님이 예약해두신 곳으로 저녁을 먹으러 갔어요. 섬진강이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은어회를 먹을 예정이었죠. 재작년에 교수님 덕분에 은어회라는 걸 처음 먹었는데 와우! 회를 그다지 즐기지 않는 저도 얼마나 배부르게 먹었던지. 이날도 지치고 힘들었지만 은어회를 보는 순간 그 힘듬을 다 잊고 말았답니다. 주거니받거니 평상에 앉아 섬진강을 내려다보며 마시는 술은 취하지도 않아요. 더구나 교수님이 가지고 오신 산수유주 와 탱자주, 전 집에서 담근 술을 잘 안 마시는데 ㅋㅋ 탱자주 딱 한 잔 마셔봤어요. 와우! 독특한 맛!! 한데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은어회가 아니었어요. 뒤이어 나온 <참게매운탕> 대박!!! 이렇게 맛있는 매운탕은 처음이었다는. 칼칼한 국물에 기름이 둥둥 떠있는 그런 매운탕이 아니라 우거지를 넣고 들깨를 넣었을까요? 암튼, 고소한 맛과 순수한 자연의 맛이 그대로 느껴지는, 이런 매운탕은 처음이었다는.. 담에 꼭 섬진강 주변으로 내려갈 분들이 계시면 이곳을 찾으세요. <식객_임금님밥상> 편에 소개된 청솔가든이에요. 수박맛 나는 은어회와 참게 매운탕이 죽여주는 곳이랍니다. 곡성 압록역 근처 강변 주변에 위치하고 있어요^^ 참참 된장깻잎장아찌도 넘 맛있었다는.



진수성찬을 먹고 있는 와중에 기차타고 장장 5시간을 달려 온 김보일샘. 오자마자 드신 참게매운탕에 올인하시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는. 그러고 캄캄해질 무렵 숙소로 돌아왔어요. 스타렉스 12인승을 운전할 줄 아는 1종 면허 소유자 여유로움님의 운전으로(와! 베스트 드라이버!! 운전 정말 잘하심^^). 숙소는 김용찬 교수님 덕분에 깨끗하고 좋은 곳으로!!

다들 씻은 후엔 김용찬 교수님 사모님이 오징어무침을 직접 만들어 주시고 부추로 부침개를 만들어 2차를 했죠. 아주 커다란 방에서 마치(김보일샘의 표현으로 의하면) 찜찔방에 온 듯한 분위기로(다들 샤워 후 뽀샤시한 맨 얼굴로 반바지 차림에 둘러앉았으니ㅎㅎ) 술을 마셨습니다. <100인의 책마을>에 관한 상황보고와 앞으로의 일정을 이야기도 하면서. 지리산의 밤은(지리산인가, 아닌가?) 그렇게 깊어갔습니다.


둘째 날,

모든 일정은 그만두고 무조건 ‘남해 금산 보리암‘만 가기로 결정이 났기에 일찍 서둘러야 했어요. 아침에 일어나 김용찬교수님 사모님이 사다 놓으신 재첩국을 데워 숙취를 푼 후에 남해로 고고!! 언젠가 친구네 부부랑 지리산을 들렀다가 남해로 넘어간 적이 있어서 그다지 멀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가까운 곳은 아니더군요. 그리고 보리암으로 들어가기 위해 줄 서 있는 차들을 보니 이거 괜히 온 게 아닌가 싶었는데 그건 아니었다는. 한 30분가량 주차를 위해 고생했지만 마침내 보리암에 도착. 도대체 이성복 시인은 이곳에서 뭘 보았기에 그리 멋진 시를 지었던가 싶어 열심히 올라갔답니다. 꼭 석굴암으로 가는 길 같은 착각을 주었는데 그곳보다는 덜 상업적이었고, 분위기가 아주 묘했어요. 그리고 도착한 곳. 그곳에서 내려다본 남해의 풍경은 멋지더군요. 근데 이런 풍경은 이미 통영 미륵산에서도 보았고, 박경리 선생의 묘소에서도 보았던. 사실, 조금 실망. 역시 기대가 커면 실망도 크다는 것을 다시 깨달았지만 어쩌면 너무 더웠고, 걷느라 지쳤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것도 아님 내 옆에 누군가 없어서?ㅎㅎ 암튼 혼자 열심히 사진을 찍어대고 내려왔습니다.



보리암의 일정이 늘어지는 바람에 점심이 늦었는데 남해대교가 바라보이는 횟집으로 갔어요. 모듬회를 시켜서 먹었는데 와우! 역시 서울에서 먹는 맛하곤 천지차이. 회 안 좋아한다는 말은 이곳에선 통하지 않겠더라는. 정말 많이 배부르게 열심히 먹었습니다. 그리고 부랴부랴 서울로 고고. 생각보다 막히지 않았고 생각보다 일찍 도착하여 시원한 맥주 한 잔과 치킨을 먹을 수 있었던 마지막. 아무 일 없이 너무나 즐겁고 신나게 여행을 보내고 와서 그동안의 스트레스가 싹 풀린 그런 주말이었습니다.

숙소와 잊을 수 없는 맛을 제공해주신 김용찬 교수님 가족, 맛있는 회를 사주신 김보일샘, 운전하며 인솔하느라 고생하신 알지님, 그리고 어느 누구 불평 없이 하자는 대로 다 따라와 주신 라주미힌 커플, 푸른노트님 가족(한번도 어린애(!) 티를 안낸 준호군!!! 정말정말 사랑스러워!), 이환님과 단무지님, 나랑 놀아준 옆 사무실 처자 수경씨와 여유로움님. 다들 고생했겠지만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겼으리라 믿어요. 담에 우리 또 갑시다!! 무리한 행군 대신 편안히 느긋하게 쉴 수 있는 휴가로~!
<출처 : http://www.readersguide.co.kr/readers/board/bbs/content.php?articleno=17557&db=f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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