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정식 부교재… '살아있는' 경제학 가르쳐요"
이승환 구미大 교수
"시시각각 변하는 경제현상, 신문이 이론과 괴리 좁혀
심층분석·다양한 그래프… 他 신문보다 풍부해 선택"
"원자재의 가격 상승에 대해 신문은 자원 개발에 대한 투자 중단, 중국 등 신흥시장의 성장, 원자재 보유국의 파워게임 등을 원인으로 꼽았네요. 무슨 뜻일까요?"(교수)
"투자가 중단돼 공급이 줄었고, 신흥시장이 성장해 수요가 늘었으니 당연히 가격이 오른 겁니다."(학생)
"그렇죠. 이게 첫 시간에 배웠던 '수요와 공급의 법칙'입니다. 그럼 보유국들의 파워게임이란 말은?"(교수)
"시장의 형태 중 하나인 '과점시장'을 말하는 것으로, 담합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학생)
강의 시간 3시간 동안 교수와 학생들의 문답은 쉴새없이 이어진다. 교수의 속사포 같은 질문에 학생들은 신문과 교재를 번갈아 살피며 대답한다. 현재 일어나는 경제 현상을 신문을 통해 접하고 교재에서 배운 이론들과 접목시키는 과정이다. 4년째 신문으로 '생활경제' 강의를 하고 있는 경북 구미시 구미1대학 부동산금융과 이승환(李承桓·39) 교수의 18일 강의 장면이다.
"지금껏 경제학 수업은 대부분 다른 나라 학자들이 쓴 번역서로 과거 이론과 다른 나라 사례로 배워왔죠. 시시각각 변화하는 현상과 이론의 괴리를 좁히기 위해 신문을 선택하게 됐습니다."

미국 남가주대(USC)를 졸업하고 고려대·영남대에서 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받은 뒤 이 교수는 지난 2005년 구미1대학에서 첫 강단에 섰다. '부동산 생활경제'라는 경제학 개론 수업을 맡았고, 1000페이지에 이르는 두꺼운 교재로 1년 동안 수업을 진행했다. 그는 "학생들은 개강 후 얼마되지 않아 책 두께에 질리고, 그래프에 질리고, 어려운 용어들에 질렸다"며 "살아있는 강의를 위해서는 새 교재를 찾아야 했다"고 말했다.
신문은 2007년 1학기부터 수업에 도입했다. 3시간 동안 기사 한 편을 이해하고 연관 이론들을 교재를 통해 익히도록 하는 게 목표였다. 현상에 대한 분석기사, 경제석학들의 인터뷰 기사, 칼럼 등을 두루 소개했다. 이 교수는 "경제 신문은 우리 학생들에게 어려운 전문적인 내용들이 많았고, 다른 일간지들은 현상을 소개하는 기사가 많아 적합하지 않았다"면서 조선일보를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처음에는 힘든 일도 있었다. 기사를 인터넷이나 방송 등으로 흘려 읽는 학생이 대부분이었다. 신문에 대한 거부감도 많았다. "취업하는 데 무슨 도움이 되냐", "신문에서 전공지식을 얻을 수 있냐"며 따져 묻는 학생도 있었다. 한자로 되어 있는 제호(題號)를 못 읽는 경우도 있었다.
이 교수는 수업 때마다 학생들을 설득했다. "신문은 유익한 정보들을 집약적으로 모아둔 지혜의 보따리여서 처음에는 '무슨 도움이 될까' 싶지만 갈수록 생각의 폭이 넓어지고 사회를 건강하게 들여다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특히 학생들의 관심사인 취업에 관해선 "마지막 문턱인 면접의 경우, 교재의 내용만 외워서는 통과할 수 없다. 신문을 통해 얻은 지식과 상식, 순발력은 취업 면접에서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고 설명했다는 것이다.
"한 학기를 마칠 때쯤 학생들의 반응과 교육 성과는 폭발적이었습니다. 신문에 소개된 경제 분야 책들을 사보는 학생도 늘었고, 사회·정치 등 다른 분야 기사들을 읽고 질문하는 학생도 생겨나기 시작했어요."
올 1학기부터 이 교수는 신문을 이 과목의 정식 부교재로 채택했다.
이 교수의 '신문 사랑'은 15년 전 미국 유학시절부터다. 고향 소식이 궁금해 찾아보던 것이 습관이 됐고, 국제경영·부동산경제 등 자신의 연구에도 신문을 주요 자료로 활용했다. 지난 2007년에는 '부동산 투자자 행동 관련 연구'라는 논문을 써서 전문대 교수로서는 드물게 세계적 권위의 학술지인 JBR(Journal of Business Research)에 실리기도 했다. 지금도 하루 5개의 일간지를 받아보고 있으며, 주말이면 보통 5∼6시간씩 신문 읽기에 빠져 산다.
교수로서 그의 목표는 '신문'처럼 사는 것이다. 그는 "책 속에서, 학회 속에서 '그들만의 리그'에 빠져 있는 것이 아니라, 신문처럼 사람들의 삶 속에서 필요한 연구자가, 교육자가 되고 싶다"며 두 손으로 신문을 활짝 펼쳐 들어 보였다. <조선일보 201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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