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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전공수업 핵심교재가 신문… 스크랩 안하면 못따라가

백두진인 2011. 6. 7. 23:27

전공수업 핵심교재가 신문… 스크랩 안하면 못따라가

 

 

 

 

 

충주대 경영학과 국제경영론 장정근 교수, 10년 넘게 신문활용 수업
한 학생당 한학기 2차례 기사 분석해 발표 시켜…

"저는 아이패드(i-Pad)가 'IT 블랙홀'로 e북, 게임시장의 판을 바꾼다는 내용의 기사를 분석해 봤습니다."

지난 4일 오전 10시, 충주대학교 경영학과 3학년 최하나(22) 학생은 스크린에 미리 준비해온 프레젠테이션 파일을 띄우고 손에는 신문 스크랩북을 펼쳐드는 것으로 발표를 시작했다.

"발매 전에는 조롱을 받았던 애플 아이패드가 28일 만에 100만대를 돌파하며 밀리언셀러가 됐습니다. 스티브 잡스는 이 제품을 '마술 같고 혁명적'이라고 소개했지만 발매 전에는 회의적으로 보는 이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대체 애플은 전에 어느 정도의 규모였을까요?"

최하나 학생은 "2007년 매출액 240억1000만 달러, 2007년 순수익 35억 달러…" 하고 조사해 온 수치를 내놓더니, "신제품이 발매될 때마다 애플의 매출 규모는 점점 늘어났고, 아이패드 발매로 껑충 뛰었으며, 이에 따른 애플의 주가 변화도 급등한 것을 볼 수 있다"고 그래프를 분석했다.

연이어 아이패드의 장단점, 삼성 S-Pad와의 비교, 해외의 라이벌들, 이에 따른 국내외 시장의 판도 변화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발표하는 데 걸린 시간은 10여 분. 수업에 참가한 31명의 다른 학생들은 쉴새없이 넘어가는 스크린을 보며 경청했다.

이날 발표자는 강혜수, 강연지, 정승구 학생까지 총 4명으로, 각각 '취직을 위한 영어 테스트' '구글의 기업 분석' '스토리 있는 기업이란' 주제에 대해 10분씩 발표했다. 4명의 학생 모두 프레젠테이션 기술이 전문 강사급, 치밀한 분석과 화려한 발표 기술을 자랑했다.

 충주대 경영학과 3학년 학생들은 전공 과목인‘국제경영론’수업을 듣기 위해 매일 신문 기사를 하나씩 스크랩하고 한 학기에 두 번 발표한다. 지난 4일 최하나 학생이 아이패드 관련 기사를 선정해 스크랩한 것을 가지고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만들어 스크린에 띄운 뒤, 장정근 교수(가운데)와 학생들 앞에서 발표하고 있다. /유나니 기자

발표가 모두 끝나자 다른 학생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그렇다면 한국 기업들이 갖춰야 할 성장 전략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한동안 우리나라에 아이패드가 반입금지됐었는데, 왜 그랬나요?" "스토리란 결국 IR(investor relations)인데, IR을 해야 하는 이유가 뭡니까?" 학생들의 궁금증에 발표자들은 또 거침없이 보충 자료를 들어 설명했다.

매주 금요일 충주대 인문사회과학관 4층 강의실에선 이 학교 경영학과 3학년 학생들의 전공 과목인 '국제경영론' 강의가 이렇게 항상 '신문 발표'로 시작한다. 전공 필수 과목이어서 학생들은 학기 초에 의무적으로 스크랩북을 마련해 매일 한 가지 기사를 읽고 분석한 뒤 의견을 적어야 하고, 이 가운데 4명의 학생은 각자 본인이 선택한 기사를 분석해 발표를 해야 한다. 발표는 한 학생당 한 학기에 두 번 주어진다.

이 과목을 맡은 장정근(張正根·58) 교수는 "시험 외에 출석 점수 20점, 발표 점수 10점, 스크랩 점수 10점, 중간·기말고사 각각 30점씩으로 평가 원칙을 세우고 있는데, 시험도 신문과 연계한 지식을 주제로 주기 때문에, 제 강의를 들으려면 매일 신문을 읽지 않으면 안 되도록 시스템을 만들어놓았다"며 웃었다.

장 교수는 "특히 경영학과 학생들에게 신문은 필수 교재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졸업 후 기업과 조직의 일원으로서 글로벌 경영 분야의 제너럴리스트(generalist·다방면에 걸쳐 많이 아는 사람)와 스페셜리스트(specialist·한 분야의 전문가)가 동시에 되려면 무엇보다 신문을 꼭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제경영론뿐만 아니라 다른 강의도 마찬가지다. 경영전략, 중소기업론, 경영학원론, 국제통상에 이르기까지 장 교수는 모든 수업의 기본을 신문 스크랩으로 한다. '신문 읽기'는 장 교수가 10년도 넘게 강단에서 지키고 있는 '기본 철학이며 생활 신조'다. 그는 "매일 아침 5시 30분에 일어나 3시간 정도 신문을 보면서 자료를 정리하고, 중요한 자료는 프레젠테이션 자료로 만들어 강의에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교수가 부지런하니 학생도 부지런할 수밖에 없다. 최종성(24) 학생은 "사실 억지로 시켜서 하기 시작했지만, 확실히 공부하게 된다"고 말했고, 조희경(21) 학생은 "어렵긴 하지만 학과에 도움이 되고 꾸준히 하면 인턴십이나 졸업 후 취직에서도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교수와 학생들의 노력에 대학 총장도 나섰다. 장병집(張炳輯·57) 총장은 "대학생이 신문을 읽지 않는다는 것은 경쟁력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신문을 활용한 장정근 교수의 강의 방식이 어떤 학습 방법보다 효과적인 것으로 판단되어, 학교 전체로 확산해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장 총장은 "신문을 읽도록 학교 행사를 실시하고 열심히 읽는 학생에게는 장학 마일리지를 주는 등의 제도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201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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