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무창포 해수욕장에서 카약 체험 중 실종된 중학생이 어제 열흘만에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수색선 갑판 위에서 목이 터져라 하고 바다를 향해 " 아들아, 엄마가 왔어, 너도 집에 가고 싶지? 빨리 이리와, 엄마한테 와!" 외치던 엄마의 애절한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 뉴스 화면을 보며 함께 눈물을 흘렸던 모든 사람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바다 카약은 동력 구조선부터 띄워놓고 해야 한다. 그런데도 대책없이 무허가선이 포함된 29척의 카약에 56명을 싣고 무모한 체험학습에 돌입한 학교와 카약 대여업자가 서로 책임 공방을 하고 있는 사이, 아이의 시신은 열흘이나 바다 위를 떠돌다 간신히 엄마 품에 돌아왔다.
에스키모의 배를 본딴 카약으로 영국에서 시작한 카야킹은 인디언들의 카누를 사용하는 미국발 카누타기보다 요즘 한창 인기를 끌어, 국내에서도 여기 저기 체험학습장이 생길만큼 유행하고 있다. 새로운 체험에 대한 기대에 부풀어 참새처럼 즐거웠을 아이들의 출발 모습을 떠올리면 가슴이 메인다.
돌풍이 불어 뒤집힌 카약들 사이로 물에 빠진 아이들이 건져달라고 손을 흔드는데 근처에 있던 업체 사람들은 카약부터 건지느라 정신이 없었다고 한다. 해경과 119와 주변 어선들에 의해 전원 구조되었다고 보고한 교사는 숨진 박군의 실종 사실도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병원에서 인원점검 중 알게 되었다고 한다. 인명보다 카약 챙기기에 바빴던 인간들의 물욕, 3시간이나 지연된 구조시작 시간 자체가 어이없는 참변 수준이었다.
아이들보다 카약 챙기기에 바빴다니
과거 전교생이 몇 명의 인솔교사의 손에 이끌려 떠나던 수학여행이나 캠핑도 교통사고나 안전사고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요즘은 다채로운 체험학습으로 대체되었다. 다양하고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농어촌 체험학습과 같은 지역중심 행사나 교육청장등 여러 직업인 역할을 맡아보는 역할 체험학습, 영어마을같은 몰입형 체험학습이 나쁘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1999년 유치원생 19명을 포함한 23명의 사망자를 낸 씨랜드 수련원 화재사건을 보라. 형편없는 날림시설에 544명의 인원을 유치해놓고 방화대책조차 없이 대형참사를 일으켰다. 단층 콘크리트 건물 위에 52개의 컨테이너 박스를 얹어 2·3층 객실을 성냥갑처럼 만들어 단체 학생을 받았고, 결국 그 성냥갑은 역사에 남을 참혹한 화재사건으로 발화되었다. 인재에 의한 유사사고가 뒤를 이었다.
부실한 운영, 날림 건물과 장비로 인한 사고뿐이 아니다. 전국의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수많은 축제 행사에 끼워 넣은 어린이-학생들의 체험행사 중에도 웃지못할 걸작품(?)들이 적지 않다. 얼마 전 경남 진주시가 벌인 '논개 체험 행사'가 챔피언급이다.
의기( 義妓) 논개가 왜군 적장을 끌어안고 남강에 몸을 던진 역사적 사건을 재현한다며 600명의 초등학생들을 차례로 2미터 높이 바위에서 인형 왜장을 껴안고 파란 에어매트 위로 뛰어내리게 한 어이없는 이벤트였다. 진주시측은 충절의 도시임을 널리 알리는 행사로 "투신체험 아닌 순국체험"이라 강변했지만, 말을 바꾸면 "자살체험·테러체험" 아닌가.
아이들은 놀이로 즐기는 표정이었지만 나는 교육적인 면에서 진정 무개념한 행사이며, 수백명의 아이들이 웃으며 인형왜장을 안고 뛰어내리는 행사는 충절의 역사인물 논개에 대해서도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전쟁체험이랍시고 총기난사를 시키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는 비판도 인터넷에 올라오고 있다.
제일 먼저 안전성 여부 철저히 따져야
상업 이벤트에 능한 일본도 아직은 가미가제 특공대 체험단 아이들을 자살테러 모형비행기에 태우거나 사무라이 닌자 체험용 어린이 암살단을 조직해서 돈을 벌고 있지는 않다. 어른들의 부실한 아이디어, 행정적 한건(件)주의 때문에 아이들에게 말도 안되는 '체험'을 강요해서는 안될 것이다. 체험학습은 실시 단계부터 냉정하게 교육적 효과와 의미, 안전성 여부를 철저하게 따져야만 한다.<내일신문 201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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