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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부실 대학 6곳 청산해보니 ‘깡통’

백두진인 2011. 6. 22. 09:14

부실 대학 6곳 청산해보니 ‘깡통’

 

 

 

‘퇴출 시뮬레이션’ 결과 평균 재산 23억 … 학교 유지 땐 정부예산만 더 들어
평가 보고서 중앙일보 첫 공개

 

신입생은 정원의 40%밖에 안 되는데 4명 중 3명이 학교를 그만둔다. 대학이 쌓아놓은 적립금도 없고 법인이 수익용 재산을 통해 벌어들이는 돈은 1년에 1억5600만원에 불과하다. 2009년 말 경영 부실 대학 13곳 중 한 곳으로 지정된 지방 4년제 B대의 모습이다.

B대는 올 연말까지 경영 개선을 하지 못하면 정부 방침에 따라 문을 닫아야 한다. 청산 절차 후 B대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대학은 망하지 않을 것'이라는 통념과 달리 B대의 재무 가치는 빚만 61억8200만원이었다. 전체 자산(120억9700만원)보다 부채(182억7900만원) 규모가 더 커 학교 주인이 오히려 빚더미에 앉을 상황이다. 그러면서도 이 학교 등록금 수입액은 연간 127억원(2009년도 결산 기준)에 달한다. 기업으로 치면 문을 닫았어야 할 곳이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연명해 온 것이다.

 부실 대학 청산 이후 학교의 가치가 처음으로 공개됐다. 본지가 20일 단독 입수한 '사립대 해산 시 잔여재산 평가' 연구 보고서에서다. 경영 부실 대학 13곳 중 6곳(4년제 2곳, 전문대 4곳)에 대한 분석 결과 이들 대학의 평균 잔여재산은 23억3600만원이었다. 대학 청산 후 잔여재산을 환원할 경우 토지와 건물 등 청산 가치가 수백억원에 이르러 사학들의 배만 불릴 것이라는 야당과 시민단체 등의 주장과 달리 부실 대학들의 가치는 매우 낮았다.

 지방의 전문대 D대는 부실 대학 지정 당시 운영비율(수익 대비 비용의 비율로 100%가 넘으면 부실 판정)이 139.8%로 자본 잠식 상태였는데 등록금 의존율은 97.3%에 달했다. 학생들이 교수와 교직원을 먹여 살리고 있는 상황이다. 등록금 수입을 높이기 위해 D대는 비인기학과로 신입생을 선발해놓고 인기학과로 배정하는 등 다양한 편법을 사용했다. 이 학교의 청산 가치는 35억3900만원이었다. 이렇게 산출된 경영 부실 대학들의 잔여재산은 A대 40억4300만원, C대 18억6900만원, E대 76억100만원, F대 31억3800만원이다. 이화여대 박정수(행정학) 교수는 "부실 대학을 계속 방치하면 결국 그 피해는 학생들에게 돌아간다"며 "정부가 부실 대학에 지원을 해온 것은 큰 행정 실수"라고 지적했다.

설립자에게 잔여재산 일부를 환원토록 한 사립대 구조개선 특별법 제정안(한나라당 김선동 의원안)이 통과되면 실제 설립자가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더욱 줄어든다. 정부가 설립한 사립대 구조개선 기금을 통해 설립자의 출연금과 비교해 잔여재산의 일정 부분만 돌려받도록 했기 때문이다. 환원받을 수 있는 최고 금액(환원가액)은 잔여재산과 출연금 중 더 적은 금액이다.

 부실 대학들의 청산 가치가 공개되면서 대학 구조조정 논의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김선동 의원은 "부실 대학들이 등록금과 혈세라는 인공호흡기를 달고 연명해 왔다"며 " 잘 하는 대학에 재정 지원이 집중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6개 대학을 포함해 본지가 최근에 밝힌 전체 13개 경영 부실 대학은 수입 대부분을 등록금에 의존(평균 등록금 의존율 88%)하며 3년간(2007~2009년) 126억6000만원의 국고를 지원받아 운영해왔다.

  ◆어떻게 산정했나= 한국사학진흥재단은 자산 총계에서 부채 총계를 빼 잔여재산을 산정했다. 토지는 공시지가로, 건물은 다른 용도로 전환되기 어려운 구조임을 감안해 감가상각 후 30% 금액만 자산으로 인정했다. 교직원 퇴직금은 1년치 연봉만 적용했으나 학교에 따라 그 이상을 지급할 수 있어 잔여재산은 더욱 줄 수 있다. <중앙일보 201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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