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기피대상 1호’ 학교 교사들 의기투합 영어교실

▲ 은정초교 제공 서울 양천구 목동 은정초교 학생들이 교내 영어체험교실에서 영어수업을 하고 있다. | | |
“와! 점심시간이다.”, “방학 때도 일찍 나와 공부하느라 힘드니 많이 먹어.”
지난 1월 겨울방학에 서울 양천구 목동에 있는 은정초교의 점심시간 풍경이었다. 학부모들의 생활 수준이 높고 사교육이 기승을 부리는 목동이지만 은정초교 학생들에게는 딴 세상 이야기다. 전교생의 70%가 영구임대아파트에 거주하고 절반 이상의 학생들이 새터민, 조손가정, 한부모 가정 출신이며 급식비 지원을 받는 학생만 전교생의 3분의 1이 넘는다. 하지만 이 학교 학생들은 흔한 영어학원 한 번 가지 못해도 “누구보다 행복하다”고 자부한다.
학생들의 학습 능력이 떨어져 인근 주민들에게 기피학교 1호였던 은정초교가 바뀐 것은 2년 전부터였다. 교사들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이 학교에서마저 외면당한다면 아이들의 미래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의기투합했다. 교사들은 학생들의 필요에 맞는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개발해 학생들이 학교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서울시교육청에 ‘좋은학교만들기 자원학교’ 예산을 지원받아 최신식 영어교실을 만들어 영어사교육을 받지 못하는 학생들이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했다. 고학년임에도 알파벳조차 쓰지 못하던 학생들은 지난해 연말에는 연극·노래·말하기 대회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실력이 좋아졌다. 기초 학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을 위해서는 1주일에 2회씩 주요 과목 기초 수업을 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방학 때는 하루 4시간씩 주 5일 보충 수업을 했다.
이길영 은정초교 교장은 “인근 학생들이 외국으로 연수를 가고 스키장에 놀러가는 방학에 우리학교 학생들과 교사들은 학교로 나왔다”며 “학생과 교사의 헌신적 노력에서 공교육의 희망을 봤다”고 말했다.<문화일보 2009.5.15> |